Thursday, August 26, 2010

멕시코 친구 Rojer!

막 인터넷이란게 뉴스에 떠들썩하게 나오고,
새벽마다 뜨리리리리릭 하는 전화연결음을 들으면서
엄마 아빠 몰래(?) 파란 화면을 지켜보단 천리안 시절이 지나서
자체 휴강을 하면서까지 유니텔 채팅과 쪽지를 하루종일 사수하던 때가 있었고
그것이 일상이 되었을 때, AOL이란 메신저를 알게 되어
미국으로 이민 간 소울메이트 현미의 이메일을 찾아 헤매다가
그녀와 커넥팅이 되길 기다리면서 늘어간 건
AOL을 지키고 있던 세계 각지의 친구들(?)이었다.

내가 잘 하는 슬랩스틱 바디랭귀지를 보여줄 수 없어
사전을 펴놓고 외계어를 만들어내듯 대화를 하던 그 시절.
아마 10년 전인가? (씁쓸하구만)
사연이야 어떻든 이러저러한 시절이 날 빼놓고 저 맘대로 흐르더니
쌩뚱맞게도 MSN메신저에는 몇명의 해외친구들이 남아있는데
지금까지 가끔가다 인사하는 친구 하나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발음도 영 쉽지 않은 Rojer Rosuru.
그저 예의라고 해야하나 우린 나이도 제대로 안 물어보고 안부 인사와 몇번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오랜 시간 친구 아닌 친구처럼 지내왔고
멕시코에 가면서 얼굴 안 보면 평생을 두고 그가 원망할까(?)싶어
발바닥 좀 비벼보겠다고 연락을 했다.
워낙에 인간관계상 트위스트 스타일과는 관계없는 나지만,
먼 길 떠나는 마당에 지금 필요한 건 무대뽀 정신뿐이자네?!

그리하여!
Rojer가 살고 있는 멕시코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로 저녁에 뚝 떨어진다!
저녁에 공항으로 마중나와 달라고 하지는 않았다.
시내로 나가서 다음날 까암짝 놀래켜줄 생각이었는데~ 어라?
그에게 처와 자식이 있다는 완전 깜놀 소식이...
너 그동안 결혼한거 왜 안 말했니?
아무리 내가 물어본 적도 없다지만! 인륜지대사 뉴스를 너무 패스했자네?
결혼할 때도, 쥬니어를 봤을때도 축하할 기회를 안 준거니.
얘 은근 골때린다!!!!!!!!!!!!!!!!!!!!

어쨌든 포인트는,
어떤 인연으로든 간에 세상에 있다는 걸 알게 된 누군가를 만날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는 사실.
그것은 기적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떡주무르듯 할수도 있다는 신나는 이야기.
친한 척 하고 익숙한 척 하고 재밌는 척 하고 편한 척 하는 걸 제일 못하는 내가
그의 가족을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